2022-11-04
향수는 사용했던 계절과 시절, 공간을 떠올리게 하는 힘이 있지요. 점차 자연스러운 향이 좋아 향수 사용을 하지 않기도 하다가, 또 어느 시점에서는 니치향수에 끌려 사용하면서 매 해 지나오는 시기마다 향의 형태들이 달라지던 찰나, 오래전 20대때 사용했던 향들이 떠올라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ck be는 일단 무거운 향이 아니라 좋아했었습니다. 야근이 많았던 20대 중후반 사회초년생 때엔 사무실에 있는 시간이 길었기에 공간에 갇혀버리는 듯한 답답하고 무거운 진한 향을 선호하지 않았었고, 가볍지만 날스럽지 않고, 그 시절의 유쾌한 에너지에 맞게 너무 여성스럽지도, 너무 남성스럽지도 않은 중성적 균형의 매력을 은은하게 발산하면서 약간의 포근함이 담겨있는 ck be의 캐주얼함을 좋아했었습니다. 제게는 가을,겨울,초봄에 어울렸던 향으로 기억하고
있어 그 기억을 가지고 이 계절에 다시 구매하게 되었네요.
다시 만난 ck be는 제가 생각했던 기억보다는 조금 더 시원한 향이 되어버린 것 같아 추억은 추억일 뿐인가하는 아쉬움이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자 예전에 느꼈던 포근하고 중성스러운 잔향이 코끝에 맴돌아 뭔가 가슴이 찡했습니다.
정말 특별하다, 좋다라고 말 할 수 있는 향수는 아니더라도 한 때의 에너지 넘치는 시기에 가볍게 사용해 볼 만한 기분 좋은 향수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대신 가격이 저렴하지만 지속력이 약해요.)
20대 초에는 여러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게 맞는 향을 찾곤 했었는데, 세월의 흐름 속에서 지난 날에 사용했던 향수들은 희미한 추억이 되어버리던 참에 그 시절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손글씨와 서비스 룸스프레이도 좋았어요.
번창하세요.